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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와일즈(The Wilds)', 여성 크리에이터들이 어떻게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2020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화제작 '더 와일즈(The Wilds)'. '더 와일즈'는 공개되자마자 단숨에 시즌2 제작을 확정지었다. 트위터의 타임라인에 쏟아지는 기사와 밈 때문에 등 떠밀리듯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결제했다. 나 역시도 모든 에피소드를 단숨에 해치우고 시즌 전체를 다시 돌려 봤을 정도였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없는 듯 있어요 언제부턴가 청소년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가 많아져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이 마음은 내가 어릴 적에 미디어로부터 비춰볼 수 있는 스스로의 모습이 얼마나 한정적이었느냐에 대한 분함에서 비롯된다. 최근 몇 년간 10대 여성이 주인공인 TV시리즈가 많이 만들어졌는데, 이 점은 확실히 OTT 스트리밍 서비스의 순기능이다. 넷플릭스, 왓챠, 아마존 프라임 ..

지인의 감상 2021.07.07

'시트 크릭 패밀리(Schitt's Creek)', 코로나 시대의 눅눅함을 녹여 버릴 코미디

지난해 에미 어워드(Emmy Awards)를 휩쓸었던 시트 크릭 패밀리(Schitt's Creek). 특히 'David'역을 연기한 다니엘 레비(Daniel Levy)는 연기, 제작, 각본, 연출 등 받을 수 있는 상이라곤 다 수상해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시상식을 챙겨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다니엘 레비가 정말 끊임없이 호명됐다. 계속 나와서 나중에는 할 말도 없어 보일 지경이었다. 그런 광경을 보고 나니 괜스레 이 작품을 안 보면 안 될 것 같은 죄책감이 피어 올랐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매우 있어요 그러고선 '시트 크릭 패밀리'를 일주일만에 끝내버렸다. 왜 이 코미디시리즈가 시즌 피날레에,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는지 이해가 갔다. 정말 무해하고 안전하고 사랑스러운 코미디였다. ..

지인의 감상 2021.07.05

자 절하고

“자 절하고” 한결 같은 큰아빠의 목소리에 절을 한 번. 다른 사람들이 일어서는 소리가 들릴 즈음에 후다닥 일어선다. 잠시 제사상을 바라보다가 다시 또 절을 한 번. 아직도 일어나기 적당한 타이밍을 찾기가 영 어려워 귀를 쫑긋 세운다. 그 시절 큰집의 안방에는 머리가 하얗게 새지 않은 우리 아빠, 항상 대학생일 것만 같았던 사촌오빠, 여전히 애기 같지만 정말 애기였던 사촌동생, 사실은 제사가 미치도록 지루했던 어린 나, 그리고 내 기억 속에 항상 같은 얼굴을 하고 계시는 큰아빠가 있다. 제사상 위의 사진으로밖에 만나뵙지 못한 할머니, 새벽의 전화는 좋은 소식이 아니란 걸 알게해준 할아버지, 이제는 언제 돌아가셨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 외할아버지, 수업이 끝나면 병원에 가 찾아 뵈었던 외할머니, 갑작스럽게 ..

지인의 노트 2021.06.28

'PEN15', 누군가의 가장 사적인 회고는 우리를 위한 치유가 된다

hulu(훌루)의 오리지널 시리즈 'PEN15'을 처음 보고 느낀 감정은 '내가 이걸 봐도 괜찮은 걸까?' 싶은 수준의 당혹감이었다. 이 정도로 이상하리만큼 솔직하고 노골적이고 자기고백적인 코미디 시리즈가 있었을까.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중학교에, 누가 봐도 성인이지만 중학생인 Maya와 Anna가, 2010년대에 태어났을 법한 10대 배우들과 극을 풀어나가는 기이한 설정. Maya와 Anna라는 이름은 주연 배우인 'Maya Erskine'과 'Anna Konkle'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심지어 그 두 명이 프로그램 크리에이터이자 각본 및 제작에도 참여했다. 에피소드 첫 화가 끝난 후 크레딧에 쉴새없이 떠다니는 'Maya Erskine'과 'Anna Konkle'을 보고선 한 대 맞은 듯한 ..

지인의 감상 2021.06.20

우주소녀(WJSN)의 'Pantomime', 두고두고 회자될 고고한 수록곡

작년에 발매된 우주소녀의 EP 'Neverland'에 수록된 'Pantomime'. 뒤늦게서야 정말 멋진 곡을 발견했다. 이런 곡이 K팝을 안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좋아해본 사람은 없게 만드는 거 같다. 개인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의 실험적인 사운드를 좋아하는데, 우주소녀의 'Pantomime'에선 내가 f(x)에게 기대했을 법한 소리들이 종종 들린다. 끊임없이 즐거움을 선사하는 구성과 변주, 치밀한 음악이론을 바탕으로 한 코드진행과 부지런함, 순식간에 여러 곳을 오가는 색채의 분위기, 마치 고전연극 같은 가사와 결을 맞추듯 클래식 음악이 떠오르는 음계와 박자 위를 수놓는 사운드. 이 모든 요소가 '이지 리스닝'과는 정 반대에 있는 지점을 향해 달려 나가며, 아무리 수많은 볼거리로 무장한 K팝이라..

지인의 감상 2021.06.04

에스파(aespa)의 'Next Level', 이수만선생님 하고 싶은 거 다 하십쇼

에스파의 신곡이 나왔다. 사운드 미쳤다. 진짜 'next level'이다. 이 정도로 사운드에 공을 들이니까 sm이 계속 smp를 할 수 있는 명분이 있는 거다. 사운드가 너무 좋아서 영상이 눈에 안 들어올 정도였다. 누가 들어도 sm에서 나온 노래인데, 그 아이덴티티를 고대로 살리면서 안주하지 않았다는 점이 정말 멋지다. 며칠 전에 영화 비스무레한 영상이 떴을 땐 뭘 하고 싶은 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이런 음악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면 모든 게 납득 가능하다. 에스파의 'Next Level'은 sm이 정말 혼을 갈고 준비한, 여지껏 쌓아온 내공이 모두 집약된 곡이다. 멤버 개개인의 역량을 잘 살릴 수 있는 곡이냐는 건 의문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운드가 모든 걸 압도한다. K팝에는..

지인의 감상 2021.05.18

오마이걸(OH MY GIRL)의 'Dun Dun Dance', 보기에도 듣기에도 좋지만

'Dun Dun Dance'에서 'Dynamite'의 향기가 짙게 느껴진다. BTS의 'Dynamite'는 한국대중음악사 뿐만 아니라 전세계 음악시장에서 엄청난 기록을 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었던 건 그만큼 BTS만이 할 수 있는 뚜렷한 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대성공을 거둔 'Dynamite'는 단연코 옳은 선택이었으며, 아쉬움이 느껴지는 이유와는 반대로 BTS가 음악시장에서 차지할 수 있는 범위를 더욱 넓혔다. 이런저런 배경으로 충분히 납득 가능한 선택이다. 누구나 따라부를 수 있는 깔끔한 곡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BTS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기다렸던 사람이라면 조금은 맥이 빠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번 오마이걸의 새로운 노래 'Dun Dun Dance'는 BTS의 ..

지인의 감상 2021.05.15

은은한 도라이 같지만 묵직하게 서글픈 '카조니어(Kajillionaire)'

우리는 가끔 어떤 영화에 아낌없이 마음을 내어주고 만다. 작품의 만듬새 같은 걸 따질 겨를도 없이 유독 우리를 녹아내리게 만드는 영화가 있다. 나한텐 '카조니어(Kajillionaire)'가 그랬다. 대체 어떤 점이 나를 무너뜨렸는지 모른채 이 영화를 다시 보고 또 봤다. 웃기고 이상하고 도라이 같은데 서글픈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시나리오까지 읽었다. 그래도 여전히 몽골몽골하고 묵직한 공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사운드트랙만 들어도 심장을 부여잡게 된다. 뭐라도 생각하고 써야 이 영화를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노트북을 열었다. 이건 감상평도 비평도 뭣도 아니고 그냥 사랑가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매우 있어요 첫 장면부터 이 영화와 사랑에 빠질 거라는 걸 알았다. 차갑고 시리게 푸른 우체국 앞에..

지인의 감상 2021.05.12

있지(itzy)의 '마.피.아. In the morning', Z세대가 그거 아니래요

트위터 광고에 있지가 뜨길래 뮤직비디오를 보고 왔다. 가사랑 디렉팅이 충격적인데 그걸 멤버들 능력치가 압살해버린다는 게 희망이자 절망이었다. 이렇게 되면 그럭저럭 좋은 성과를 거둔 후 앞으로도 이런 참사가 생길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jyp는 송라이팅캠프 같은 걸 전혀 안 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류진이 nct 초기 음악 같은 매끄럽고 까리한 노래를 하는 걸 보고 싶었는데, jyp에 그걸 바라느니 류진이 nct에 들어가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처음 뮤직비디오를 볼 땐 '아 이것이 z세대의 느낌인데 내가 그걸 이해하지 못 하는 건가?', '요즘 z세대는 이런 걸 좋아하는데 내가 섣부르게 벽을 쳐버린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한 마음에 검색을 좀 해보니 아저씨 그거 z세대 아니니까 그만하시..

지인의 감상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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