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감상

'PEN15', 누군가의 가장 사적인 회고는 우리를 위한 치유가 된다

jiin mia heo 2021. 6. 2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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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lu(훌루)의 오리지널 시리즈 'PEN15'을 처음 보고 느낀 감정은 '내가 이걸 봐도 괜찮은 걸까?' 싶은 수준의 당혹감이었다. 이 정도로 이상하리만큼 솔직하고 노골적이고 자기고백적인 코미디 시리즈가 있었을까.

 200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중학교에, 누가 봐도 성인이지만 중학생인 Maya와 Anna가, 2010년대에 태어났을 법한 10대 배우들과 극을 풀어나가는 기이한 설정. Maya와 Anna라는 이름은 주연 배우인 'Maya Erskine'과 'Anna Konkle'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심지어 그 두 명이 프로그램 크리에이터이자 각본 및 제작에도 참여했다. 에피소드 첫 화가 끝난 후 크레딧에 쉴새없이 떠다니는 'Maya Erskine'과 'Anna Konkle'을 보고선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두 사람의 창의력과 용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리 모든 이야기는 관찰과 자아성찰에서 시작된다지만, 'PEN15'은 주인공들의 지극히 사적인 심리상담을 훔쳐보는 느낌이었다. 이 심리상담에는 그 시절을 살아냈던 어린 Maya와 Anna, 이제는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현실의 Maya와 Anna, 그리고 이 작품을 함께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앉아있다. 누구나 지나쳐왔지만 쉬이 꺼낼 수 없던 광경을 목격하는 것만으로 어떤 해묵은 감정들은 소화가 된다. 익살스럽고 골때리는 'PEN15'을 마냥 웃기기만한 코미디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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