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감상

오마이걸(OH MY GIRL)의 'Dun Dun Dance', 보기에도 듣기에도 좋지만

jiin mia heo 2021. 5. 1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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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n Dun Dance'에서 'Dynamite'의 향기가 짙게 느껴진다. BTS의 'Dynamite'는 한국대중음악사 뿐만 아니라 전세계 음악시장에서 엄청난 기록을 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었던 건 그만큼 BTS만이 할 수 있는 뚜렷한 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대성공을 거둔 'Dynamite'는 단연코 옳은 선택이었으며, 아쉬움이 느껴지는 이유와는 반대로 BTS가 음악시장에서 차지할 수 있는 범위를 더욱 넓혔다. 이런저런 배경으로 충분히 납득 가능한 선택이다. 누구나 따라부를 수 있는 깔끔한 곡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BTS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기다렸던 사람이라면 조금은 맥이 빠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번 오마이걸의 새로운 노래 'Dun Dun Dance'는 BTS의 'Dynamite'와 꼭 닮아있다. 두 곡 다 디스코를 차용한 밝은 노래인 것 뿐만 아니라(그리고 하늘을 찌르는 음역대), BTS가 'Dynamite'를 선택했을 때와 오마이걸이 'Dun Dun Dance'를 들고 나온 상황이 비슷해보인다. 'Dynamite'와 마찬가지로 'Dun Dun Dance'도 이번 여름까지 쭉쭉 달려나갈 듯한 매끈한 곡이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노래방에서 누구와도 신명나게 불러 재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어딘가 아쉬운 건 오마이걸 역시 오마이걸만의 영역이 뚜렷한 팀이기 때문이다.

던던댄스 던던때앤스 던던땐스 베비김미 베비김미 몰

 몇 달 전에 뒤늦게 돌핀을 듣게 됐다. 너무 멋지고 쿨한 노래였다. K팝을 무턱대고 무시하는 사람들 고막에 들이대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제목처럼 돌고래가 바다에서 헤엄치듯 변하는 박자와 물을 머금은 사운드. 깔끔하고 신명나는 기타리프와 단순한 구성으로 풀어나가는 전개, 그러다가 뒤로 가면서 휘몰아치는 변주. 노래가 끝날 즈음엔 욕을 내뱉었다. 좋은 노래를 들으면 욕이 나오기 마련이다. 소리를 더욱 더하고 찢어지는 사운드가 많이 쓰이는 추세를 거스르는 미니멀함이 너무 멋졌다. 이게 힙합이다. 이런 느낌의 미니멀하고 힘 뺀 K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너무 좋아서 충격이었다. 그러고선 음악을 더 찾아보게 됐는데 개성 있는 팀이네? 건너건너 퀸덤까지 보게 됐는데 잘하는 팀이네? 뒤늦게 유아 솔로앨범을 들었는데 나 왜 울어? 태민의 move 이후로 가장 의미있는 K팝 솔로이스트의 앨범이잖아? 전세계 작곡가들이 협업하는 지금의 K팝 시스템과 프로듀싱 능력이 빛을 발한 앨범이었다. 오마이걸이 이 정도로 음악에 공을 들여온 팀이라는 걸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Dun Dun Dance'가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혼을 갈아 넣은 유아의 앨범 덕분에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다. 눈의 촛점을 찾은 오마이걸의 모습은 참 반갑다. 노래 부르는 멤버들이 너무 신나해서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신나는 와중에도 오마이걸 특유의 서정적인 가사가 귀에 들어온다. 하지만 'Dun Dun Dance'는 다른 그룹이 불렀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어떤 그룹이 불렀다 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여름노래다. 어쩌란 말이냐고요? 노래는 좋은데 오마이걸이 더 오마이걸하는 노래를 보고 싶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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